'하루 물 2리터 마시기'에 대해 한 번도 못 들어 보신 분은 아마 없으실 거에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하나의 상징적인 습관처럼 여겨져 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무조건적인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심각한 건강 문제(저 나트륨혈증, 물 중독 등)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며칠 전 저속 노화로 유명한 "정희원 교수(노년내과)"의 유튜브 채널에서 연세대학교 "이기호 교수(화학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 너무 유익한 것 같아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우리가 물 섭취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바로잡고, 내 몸에 꼭 맞는 '적절한 물 섭취' 가 얼마나 중요한지에대해 알아봅니다.
1. '물 2L 강박'?
많은 사람이 '노폐물 배출', '피부 미용', '변비 해소' 등의 이유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그러나 과학과 임상 경험은 무분별한 과다 섭취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① 과도한 물 섭취가 유발하는 '물 중독'과 '저나트륨혈증'의 위험
물 중독은 과도한 수분 섭취로 인해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나트륨혈증 상태를 의학적으로 지칭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 안팎의 수분 균형은 나트륨 농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물을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액이 묽어지면서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 세포 팽창 및 뇌부종: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삼투압의 원리로 세포 밖의 수분이 세포 안으로 몰려 세포가 붓게 됩니다. 이 현상이 뇌세포에서 발생하면 뇌부종(Cerebral Edema)을 일으켜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합니다.
- 초기 증상: 두통, 현기증, 구역질, 구토, 피로감, 근육 경련 및 약화.
- 중증 증상: 혼돈, 발작, 의식 저하, 혼수 상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극한의 운동을 하거나 정신 질환 등으로 인해 물을 급격히 많이 마셔 사망에 이른 사례들이 국내외에서 보고된 바 있습니다.
- 신장의 과부하: 신장은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물의 양에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 성인의 신장은 1분에 약 16mL 정도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 속도를 훨씬 초과하여 물을 급하게 마시면 신장이 과부하에 걸려 체내 수분이 과도하게 축적됩니다.
- 일상 속 만성 물 중독: 만성적으로 물을 과다 섭취하면 잦은 배뇨(밤중 포함), 피로감, 기력 저하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장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일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② 2L 권장량의 오해: '총 수분량'과 '순수 물'의 차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하루 2,000mL(2L)의 수분 섭취 권장량은 사실 음식과 음료를 통해 섭취하는 모든 수분을 포함한 '총 수분 섭취량'을 의미합니다.
- 음식을 통한 수분: 밥, 국, 채소, 과일 등은 상당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 세 끼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면 이미 약 700mL~1,000mL 가량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 대사 수분: 영양소가 대사되는 과정에서 체내에서 생성되는 대사 수분도 약 200mL~300mL 정도 됩니다.
- 결국, 별도로 순수한 물을 마셔야 하는 양은 개인차가 크지만, 대략 1L~1.5L 내외가 될 수 있으며, 이는 '2L 물통을 모두 비워야 한다'는 강박은 틀린 얘기라는 것을 설명합니다.
2. 내 몸이 알려주는 '적정량' 신호에 귀 기울이기
가장 과학적이고 안전한 물 섭취량은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따르는 것입니다.
정희원 교수는 '적당한 수분 섭취'가 노년 건강을 포함한 전 생애에 걸쳐 중요하며, 이는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섭취"라는 건강한 식생활의 기본 원칙과 통한다고 강조합니다.
① 가장 확실한 신호: 목마름 (갈증)
- 원칙: 목마름은 우리 몸이 수분 보충을 가장 정확하게 요구하는 생리적 신호입니다.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올바른 습관입니다.
- 예외 및 주의: 고령층이나 특정 질환(예: 당뇨병)을 앓는 경우, 또는 업무에 몰두하여 감각이 둔화된 경우에는 갈증 신호를 놓치기 쉽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일정 시간 간격으로 소량씩 물을 마시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② 객관적인 지표: 소변 색깔 확인
- 소변의 색깔은 체내 수분 상태를 반영하는 가장 쉬운 지표입니다.
기준 | 내용 | 보충 설명 |
---|---|---|
목마름 신호 | 목마를 때 적당히 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 가장 자연스러운 신호. * 연세가 많거나 일에 집중하는 경우 감각이 둔화되어 목마름을 놓칠 수 있음 |
소변 색깔 | 소변 색깔이 '옅은 노란색'을 유지하도록 조절하세요. | * 소변 색이 짙으면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 * 소변이 완전히 투명해질 때까지 마시는 것은 과도한 섭취. |
💡 주의할 점: 신장 질환 등 특정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소변 색깔만으로 물 섭취량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여 개인에게 맞는 정확한 수분 섭취량을 확인해야 합니다.
3. 질환별 맞춤 수분 섭취: '적당히'의 의미
모두에게 동일한 물 섭취량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물 많이 마시기'는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① 신장(콩팥) 질환 환자
- 위험성: 만성 콩팥병이나 신부전증 환자는 신장 기능이 떨어져 수분과 전해질 배출 능력이 저하되어 있습니다. 물을 과도하게 마시면 배출되지 못한 수분이 체내에 쌓여 전신 부종, 폐부종(폐에 물이 참), 심부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가이드라인: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하여 소변량, 투석 여부, 신장 기능을 고려한 개별적인 하루 수분 섭취 제한량을 지켜야 합니다. 갈증이 날 때만 조금씩 마시고, 고칼륨 음료(녹차, 커피, 과일 주스 등)도 주의해야 합니다.
② 심장 질환 환자
- 위험성: 울혈성 심부전 환자의 경우, 과도한 수분 섭취는 혈액량을 급격히 늘려 심장에 과부하를 주고, 이로 인해 심장 기능이 더 악화되거나 폐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가이드라인: 신장 질환과 마찬가지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엄격하게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③ 일반 성인 및 운동선수
- 일반 성인: 목마름과 소변 색을 기준으로 하되, 활동량이 적거나 실내에서 생활하는 경우 약 1L~1.5L 정도의 순수 물을 하루 동안 나눠 마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 고강도 운동선수/육체 노동자: 땀을 많이 흘려 나트륨과 전해질 소실이 큰 경우, 순수 물만 대량 섭취하기보다는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나 염분을 함께 보충하여 저나트륨혈증을 예방해야 합니다.
4. 건강한 수분 섭취를 위한 실천 전략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아닌, '물을 현명하게 마시는 것'이 건강의 핵심입니다.
① 나눠 마시기
한 번에 많은 양(500mL 이상)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을 피하고, 조금씩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세요. 신장이 처리할 수 있는 속도에 맞춰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식사 시 섭취량 계산
식사할 때 마시는 국, 찌개, 차, 그리고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된 수분을 총 섭취량에 반드시 포함하여 계산해야 합니다.
③ 수분 섭취 목표를 '병'이 아닌 '몸의 신호'에 두기
텀블러나 물병의 눈금에 집착하지 말고, 내 몸의 컨디션(목마름, 피로도, 소변 색)을 체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세요.
마무리
결론적으로, 물은 생명 유지의 필수 요소이지만, 그 섭취에 있어서만큼은 중용의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무분별한 건강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내 몸의 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여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마시는 '여유 있는 수분 섭취'가 우리 몸의 균형과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는 진정한 지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물은 무조건 2L는 먹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릴 수 있을것 같네요.
👇📌두교수의 방송 내용을 공유하니 관심있으신 분은 시청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